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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 내가 바르셀로나 팬이 된 이유

내가 유럽축구를 보기 시작한 시즌은 바로 2001-2002 시즌이었다. 월드컵 준비로 한창 평가전도 많이 치르고 하면서 축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로 그 시즌에 아주 특별한 경기를 보게 된다.

바로 2001-2002 챔피언스 리그 결승! 바이어 레버쿠젠 vs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로, 해설자 하신 분의 말을 빌리자면 레버쿠젠이 이 경기도 준우승 하게 된다면 준우승 트레블(?) 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게 된다고 몇번이나 강조하셨던 기억이 난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패배시에는 100주년을 무관으로 마무리 하게 된다는 말을 하며, 이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시즌에 레버쿠젠의 선수 면면은 대단했다.
발락, 노이빌레, 키르스텐, 라멜로브, 노보트니, 베르바토프, 루시우, 플라센테, 바스튀르크, 제 호베르투, 베른트 슈나이더, 브리다리치 등 아주 화려한 멤버 구성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도 지구 방위대라는 별칭 답게 , 라울, 모리엔테스, 피구, 지단, 호베르투 까를로스, 이에로, 카시야스 등 스타 플레이어 일색의 선수진이었다.

Bayer Leverkusen: Butt, Zivkovic, Lucio (Babic 90), Placente, Basturk, Ballack, Schneider, Sebescen (Kirsten 65), Ramelow, Neuville, Brdaric (Berbatov 38). Subs Not Used: Juric, Vranjes, Dzaka, Kleine.

Real Madrid: Cesar (Casillas 68), Salgado, Carlos, Hierro, Zidane, Helguera, Solari, Makelele (Flavio 73), Raul, Morientes, Figo (McManaman 61). Subs Not Used: Guti, Karanka, Munitis, Pavsn.

위 명단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출전 명단이었다. 익숙한 이름들이 많지 않은가?

이 경기는 많은 팬들이 기억하듯, 지단의 마법과 함께 2-1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로 끝이 났고, 레버쿠젠은 그 유명한 '준우승 트레블'과 함께 팀의 에이스인 발락과, 제 호베르투를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에게 내주게 된다.

허나... 레버쿠젠에게 연민을 느낀 나는 이 경기 이후 접하며 레버쿠젠의 팬이 되기로 결심한다. (지금도 레버쿠젠 출신과, 레버쿠젠 팀의 경기에 관심이 많다.)

2002 월드컵에서 큰 활약을 보여줬던 올리버 노이빌레. 2004년 부터 보루시아 뭔헨 글라드바흐에서 뛰고 있다.

토트넘을 거쳐 맨유에서 뛰고 있는 베르바토프. 이때는 백작님이 아니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 얘기하는데 왠 레버쿠젠 얘기냐고? 이 얘기랑 연관이 전혀 없지 않으니 들어보시라.

사실 더 먼저 보게 된 경기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챔스 4강전 부터다. 98월드컵과 2002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네덜란드의 팬이 된 나로썬 오렌지 커넥션이라 불리던 당시의 바르셀로나를 자연스레 좋아하게 됐다. 그런 바르셀로나의 경기중 유난히 실망스러운 몇 경기가 있었는데...그 경기중 하나가 바로 누 캄프에서 벌어진 2001-2002 시즌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이다.

이 경기에서 워스트 플레이어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게 바로 '헤딩 머신', '검은 반바스텐' 등의 칭호를 얻던 클루이베르트였다.

클루이는 큰 키(188cm)와 뛰어난 점프력과 헤딩 능력을 바탕으로 스트라이커로써 활약했었지만, 쉐도우로의 변신을 보여주던 중이었다. 

발재간이 좋은 측에 속해 베르캄프가 은퇴한 이후에는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포스트 베르캄프 역할을 맡게되면서 쉐도우 적인 역할을 맡게 됐고, 바르셀로나에서도 쉐도우 역할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클루이는 멘탈이 부족하단 느낌이 강한데, 게으른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재능은 뛰어나지만 노력은 부족한 편이었다. 

감각은 좋기에 기회가 주어지면 마무리는 잘 지어주지만, 지능적인 플레이보단 감각에 의존했으며, 경기가 풀리지 않을때 해결사 역할은 전혀 하지 못해왔다.

해맑게 웃는 히바우도와 클루이베르트. 아쉽게도 두 선수다 바르셀로나에서 떠난 이후로 하향세를 탔다.

클루이베르트가 당시 빅리그 통틀어 매 시즌 15골 이상 해준 유일한 공격수였음에도,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해 저평가 받기 일 쑤 였다. 그가 바르셀로나에서의 활약은, 주로 주도권을 잡고 있던 경기에서 보여졌고 대 다수가 약팀과의 경기에서 거둔 것임은 그의 팬인 나로써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2003-2004 시즌 엘 클라시코 더비 2차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의 헤딩골을 넣은 경기 이외에는 그리 인상적인 경기가 없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기에서 히바우도나 사비올라가 해결사 역할을 했고.)

사실 그 시즌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한 것은 챔스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지존과 같은 존재로써 레알 마드리드가 군림하고, 그를 쓰러뜨리려는 도전자의 입장에 두팀이 있는 것 처럼 느꼈던것 같다.

그렇다보니 바르셀로나의 복수를 레버쿠젠이 대신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레버쿠젠 마저 패하고 나니 너무나도 아쉬웠다.

물론 지금은 입장이 조금은 반대가 되어 바르셀로나가 세계최고의 팀이 되어 라이벌이면서도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됐지만 말이다. (이 과정에서 호나우딩요와 에투의 공헌을 절대 잊어선 안될 것이다. 지금은 두 선수 다 다른 팀이지만.)

네덜란드 선수들로 인해 좋아진 바르셀로나 였지만 클루이베르트 이후의 주축 선수들중엔 네덜란드 선수가 빠졌고,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에 네덜란드 선수들이 많이 뛰게 되었지만 한번 팬이 된 바르셀로나에 대한 애정은 계속 가는거 같다.

메시, 이니에스타, 사비, 푸욜, 피케, 페드로 등으로 이어지는 유소년 출신 중용 정책도 맘에 들고.

누가 뭐래도 한번 꾸레는 영원한 꾸레~!! 지금도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팀은 바르셀로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포르자~ 바르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