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

[만화] 리니지

가장 처음 눈길을 끌고 즐겨본 만화는 사실 리니지였다.
원래 판타지를 좋아하는 데다가, 소녀지 다운 감성적인 판타지 세계는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좌측이 마성의 남자 켄 라우헬, 우측이 왕자 데포라쥬다. 



리니지는 아덴 왕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구국 영웅인 듀크 데필과 가드리아가 결혼을 한 후, 듀크 데필이 일찍 죽게 된다. 
젊은 나이에 혼자 된 가드리아가 마성의 남자 켄라우헬과 결혼하게 되면서 왕이 된 켄라우헬과 가드리아의 아들인 왕자 데포라쥬의 왕좌 다툼을 그린 작품이다.


리니지를 요약하자면, 타고난 혈통과 왕의 자질을 갖춘 노예 출신 귀족(?)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켄 라우헬은 반왕(反王) 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정통성이 없지만 노예 출신으로 귀족 행세를 하다 왕이 된 인물이다.
귀족인 자신의 주인을 대신해 나갔던 전투에서 승승 장구하며 어떤 귀족들 보다 뛰어난 기사의 자질을 갖췄다.


아스테어는 주인인 켄 라우헬을 대신해 토너먼트에 나가 승승 장구하며, 전투에 대한 재능과 희열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런 그가타고난 혈통만으로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려하는 주인을 처치하고 야망을 갖게 된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계급제 사회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지만, 귀족들 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노예라...

꽤나 적절한 설정이지 않은가?

그렇다보니 나는 꼭 데포라쥬를 응원하며 보지 않았다.
아덴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는 나에게 있어 크게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역사는 승자를 기억할 뿐. 
켄 라우헬이 왕좌를 놓고 벌린 싸움에서 승리 한다면 그것이 역사가 될 뿐이다.


실제로 나는 데포라쥬보다 켄 라우헬이 이기는 모습을 은근 기대한 것도 사실이었다.




조선 건국 역시 성공했으니 영웅이지, 실패했다면 반역 죄인일 뿐인 것이다.



물론 데포라쥬도 왕자의 기개를 가진 듀크데필의 혈통다웠고 군터의 시험을 통과 할만큼 기사의 자질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켄 라우헬의 카리스마에 비하면 한참 어린 꼬꼬마같이 느껴졌다랄까?

자질에 있어서 켄 라우헬은 그 어떤 인물들 보다도 왕에 적합했으니 말이다.



흔히 판타지에서 기사도라 여겨지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 피의 맹세라 할 수 있다.


허나 정통성을 타고난 데포라쥬와 그에게 피의 맹세를 한 기사들의 의리는 너무나도 멋졌고,
자연스레 타고난 혈통의 데포라쥬가 왕좌를 되찾는 그저 그런 영웅담을 담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될뻔 했지만,
 켄 라우헬과 케레니스의 과거편을 통한 연민을 이끌어내며 악역 마저 돋보이게 하는 것 까지 성공했다.



첫만남에서 노예로 태어났지만 너무나도 당당한 켄 라우헬(아스테어)에게 케레니스는 반하게 되고 그의 야망을 위해 함께 하게 된다.



특히나 데포라쥬와 켄라우헬의 마지막 결투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천한 농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왕의 자질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뭐랄까... 어찌보면 듀크 데필이나, 데포라쥬보다도 아덴 왕국을 사랑한건 켄라우헬이지 않았을까...?

분명 데포라쥬에겐 정통성도 있고, 왕가의 피가 흘렀다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듀크 데필도 개선 장군아니었던가?
물론 켄 라우헬. 아니 아스테어는 노예에 불과해 절대 왕이 될 수 없는 몸이지만...

아스테어야 말로 누구보다 왕의 자리가 어울리는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있어 이런 최후도 그리 나쁘지 않았나보다. 



이미 리니지가 게임화되서 서비스 된지도 15년정도 되었고, 리니지하면 만화보다 게임을 떠올리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나는 리니지라는 작품이 가진 무게감은 절대 작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리니지 게임에서의 수 많은 설정과 개발 순서는 만화 리니지에서 따왔고, 그런 부분이 게임 리니지의 성공에 크게 도움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게임 리니지가 만화 리니지의 영향만 받은건 TRPG를 적절히 라이트하게 녹여내고 재해석한 부분이 많은데,
만화 리니지에서 얻은 영감이 절대 적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랄까?


조만간 게임 리니지 하던 시절 이야기도 포스팅 할 예정인데, 리니지를 즐겨본 유저라면 만화 리니지를 보며, 아... 그게 여기서 나왔던 거구나 하고 느낄 부분이 꽤나 많다.



리니지는 정말 왠만한 판타지 소설 책 (만화 < 판타지 소설이란 의미는 아니고... 무게감 있는 판타지는 소설에 많았단 느낌 정도입니다)들과 견주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깊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요정에 대한 묘사나, 기사의 맹세에 대한 해석 방식. 마법과 마법사에 대한 정의 등...


아쉬운 점도 없진 않은데 순정만화 잡지에 연재 되서인지 대부분의 전투를 너무 짧게 그려냈다. 전장의 미를 살려내지 못했다랄까?


실제로 데포라쥬를 살려서 말하는 섬으로 대피시키는 장면이나, 다크스타 조우와 케레니스의 대결 같은 장면도 좀 더 다이나믹하게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말이다.


후반에 좀 서둘러 끝낸듯 한 점만 제외하면 단점을 꼽기 어려운 만화다.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Goal  (0) 2013.03.24
[영화] 용의자 X  (0) 2013.01.31
[연극] 내 남자의 혈액형  (0) 2013.01.23
[연극] 악몽의 엘리베이터  (0) 2013.01.22
[연극] 그 남자 그 여자  (0) 2013.01.21